견적을 보내고 나서 “조금만 깎아 주실 수 있어요?”라는 답이 오면, 처음 부업을 하는 분들은 대부분 마음이 급해집니다. 이 손님을 놓치면 다음 문의가 언제 올지 모르니, 일단 “네, 깎아 드릴게요”라고 답부터 보내기 쉽습니다.
이번 글은 가격을 깎아 달라는 요청에 바로 할인해 주는 답장과, 옵션·범위로 맞춰 보는 답장을 나란히 비교합니다. 가상의 도시락 가게 사례로 실제 메시지 전문을 써 두었고, 옵션마다 무엇이 줄고 무엇이 지켜지는지 표로 정리했습니다. 등장하는 가게와 사람은 모두 가명이고, 글 속 금액은 설명을 위한 예시일 뿐 얼마를 벌 수 있다는 약속이 아닙니다.
그냥 깎아 주면 무엇이 줄어드나
할인 자체가 나쁜 것은 아닙니다. 문제는 일의 양은 그대로 두고 가격만 내리는 것입니다. 견적은 보통 “이만큼의 일을, 이 기간 안에, 수정 몇 번까지”라는 약속에 붙은 숫자인데, 숫자만 내려가면 결국 줄어드는 것은 내 시간과 집중력입니다.
- 시간당 몫이 줄어듭니다: 같은 상품 설명 4종을 쓰는데 받는 돈만 적어지니, 퇴근 후 쓰는 저녁 시간이 그만큼 싸게 팔립니다.
- 다음 가격의 기준이 됩니다: 한 번 깎아 준 금액은 재의뢰나 지인 소개 때 “그때 그 가격”으로 다시 돌아옵니다.
- 견적의 근거가 흔들립니다: 말 한마디에 바로 내려가는 가격이면, 의뢰인은 처음 견적이 부풀려져 있었다고 느끼기 쉽습니다.
- 작업 중 요청이 늘기 쉽습니다: 가격에서 한 번 양보한 작업자에게는 범위에서도 양보를 기대하게 됩니다.
그래서 가격 요청을 받으면 “깎을까 말까”보다 먼저 “가격에 맞춰 무엇을 조정할 수 있을까”를 생각해 보는 편이 좋습니다. 의뢰인에게는 예산 안에서 고를 수 있는 길이 생기고, 작업자는 일과 가격의 균형을 지킬 수 있습니다.
이 글에만 있는 샘플: 가상 ‘아침햇살도시락’ 견적 답장
가상 상황입니다. 퇴근 후 상품 설명 글을 써 주는 부업을 하는 ‘하린(가명)’은 스마트스토어에 반찬 도시락을 파는 ‘아침햇살도시락(가명)’ 사장님에게 견적을 보냈습니다. 내용은 이렇습니다.
[하린이 보낸 견적] - 작업: 스마트스토어 상품 설명 4종 + 상품별 썸네일 문구(상품당 2안) - 일정: 자료(사진·메뉴 구성·가격) 받은 다음 날부터 3일 안에 초안 - 수정: 초안 기준 1회 포함 - 견적: 25만 원 (설명용 예시 금액)
다음 날 사장님에게서 이런 답이 왔습니다.
[사장님 메시지] 견적 잘 받았어요. 근데 다른 분보다 좀 비싸네요. 5만 원만 깎아 주시면 바로 진행할게요.
바로 깎아 주는 답장
[답장 A — 그냥 깎아 드리기] 아 네네 사장님! 그럼 20만 원에 해 드릴게요 ^^ 대신 열심히 잘 써 드리겠습니다. 혹시 더 필요한 거 있으시면 편하게 말씀 주세요~
친절해 보이지만, 상품 설명 4종·썸네일 문구·3일 일정·수정 1회가 그대로인 채 금액만 20% 내려갔습니다. 게다가 “더 필요한 거 있으시면 편하게”라는 말은 범위를 더 열어 두는 신호로 읽히기 쉽습니다. 작업 중에 “상세페이지 맨 아래 공지 문구도 부탁해요” 같은 요청이 와도 거절하기 어려워집니다.
옵션·범위로 맞추는 답장
[답장 B — 옵션으로 고르게 하기] 사장님, 솔직하게 말씀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예산이 20만 원이시라면, 아래 세 가지 중에서 편하신 쪽으로 번호만 답해 주시면 바로 일정 잡겠습니다. ① 범위 조정 — 20만 원 상품 설명 3종 + 썸네일 문구(상품당 2안) 가장 잘 팔리는 메뉴 3가지를 먼저 하고, 나머지 1종은 나중에 따로 맡기셔도 됩니다. ② 일정·수정 조정 — 20만 원 상품 설명 4종 + 썸네일 문구(상품당 1안) 초안은 5일 안에 드리고, 수정은 문구 다듬기 1회 (방향을 바꾸는 수정은 별도 상의) ③ 처음 견적 그대로 — 25만 원 상품 설명 4종 + 썸네일 문구(상품당 2안), 3일 안에 초안, 수정 1회 포함 어느 쪽을 고르셔도 글의 꼼꼼함은 똑같이 맞춰 드립니다. 고민되시면 지금 가장 먼저 올리고 싶은 메뉴만 알려 주셔도 거기에 맞춰 다시 정리해 드릴게요.
답장 B는 가격 요청을 거절하지 않으면서도, 금액이 내려가는 만큼 무엇이 함께 조정되는지를 숫자로 보여 줍니다. 사장님은 “깎아 줄까 말까”를 기다리는 대신 번호 하나만 고르면 되니 답하기도 편합니다.
옵션마다 줄이는 것과 지키는 것
| 답장 | 금액 | 줄어드는 것 | 지키는 것 | 나중에 생길 수 있는 일 |
|---|---|---|---|---|
| A 그냥 할인 | 20만 원 | 작업자의 시간당 몫 | 의뢰인이 원한 범위 전부 | 다음 의뢰도 20만 원 기준, 추가 요청 거절이 어려움 |
| B-① 범위 조정 | 20만 원 | 상품 설명 1종 | 썸네일 2안, 3일 일정, 수정 1회 | 남은 1종이 다음 의뢰로 이어질 여지 |
| B-② 일정·수정 조정 | 20만 원 | 썸네일 1안, 일정 2일 여유, 방향 변경 수정 | 상품 설명 4종 전부 | 작업자는 평일 저녁에 나눠 쓸 시간 확보 |
| B-③ 원래 견적 | 25만 원 | 없음 | 견적 전체 | 가격의 근거를 그대로 인정받음 |
답장 두 개를 나란히 보면
| 비교 항목 | 답장 A (그냥 할인) | 답장 B (옵션 제시) |
|---|---|---|
| 첫 문장 | “아 네네 사장님!” | “솔직하게 말씀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
| 금액과 범위의 관계 | 금액만 내려감 | 금액에 맞춰 범위·일정이 함께 바뀜 |
| 의뢰인이 할 일 | 없음 (대신 더 요청하기 쉬움) | 번호 하나 고르기 |
| 추가 요청에 대한 여지 | “편하게 말씀 주세요”로 열어 둠 | “방향 변경은 별도 상의”로 선을 그음 |
| 작업자가 지키는 것 | 거의 없음 | 시간, 수정 범위, 원래 견적의 근거 |
작업 범위를 처음부터 분명히 해 두면 이런 협상도 훨씬 쉬워집니다. 첫 문의 단계에서 범위를 묻는 방법은 첫 문의 답장 샘플에, 작업 도중 범위가 늘어날 때의 답장은 작업 중 추가 요청 대응 샘플에 정리해 두었습니다.
조금 깎아 줘도 되는 때, 정중히 거절하는 때
옵션을 제시하는 것이 기본이지만, 상황에 따라 작게 할인해 주는 편이 자연스러울 때도 있습니다. 감정에 따라 그때그때 정하기보다, 미리 내 기준을 몇 줄 정해 두면 답장이 훨씬 빨라집니다.
| 상황 | 이렇게 해 볼 수 있어요 |
|---|---|
| 한 번에 여러 건을 묶어서 맡김 | 묶음 조건을 적고 작은 폭으로 할인 (“4종을 한 번에 맡기시면 1만 원 빼 드립니다”) |
| 자료를 미리 깔끔하게 정리해 줌 | 자료 준비 시간이 줄어든 만큼만 반영 |
| 일정이 넉넉해 내 편한 때 작업 가능 | ②처럼 일정을 늘리는 조건으로 조정 |
| “다른 곳은 반값이던데요”처럼 금액만 비교 | 옵션을 한 번 제시하고, 그래도 어렵다면 정중히 마무리 |
| 할인 후 범위를 더 늘려 달라고 함 | 할인은 원래 범위 기준이었다고 다시 안내 |
| 할인 금액이 내 최소 기준선 아래 | 옵션 없이 정중히 거절 |
거절할 때도 길게 사정을 설명할 필요는 없습니다. 아래처럼 짧게 마무리하면 관계를 해치지 않고 다음 기회를 남겨 둘 수 있습니다.
[정중히 마무리하는 답장] 사장님, 검토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말씀하신 금액으로는 제가 약속드린 품질을 맞추기 어려워 이번에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나중에 상품이 새로 나오거나 범위를 줄여서 맡기실 일이 생기면 그때 편하게 다시 연락 주세요.
가격 협상에서 피하는 게 나은 말
| 피하는 말 | 왜 피하나 | 대신 쓰는 문장 |
|---|---|---|
| “최저가 맞춰 드릴게요” | 다른 사람 가격이 내 기준이 되어 끝없이 내려감 | “예산에 맞춰 범위를 조정해 드릴 수 있어요” |
| “나중에 더 해 드릴게요” | 언제, 무엇을 더 하는지 정해지지 않은 빚이 생김 | “이번 범위는 ○○까지이고, 추가는 따로 견적 드릴게요” |
| “원래 이 가격 아닌데 특별히…” | 처음 견적이 부풀려져 있었다는 인상을 줌 | “묶음으로 맡기시는 조건이라 1만 원 빼 드립니다” |
| “얼마면 되세요?” | 기준을 의뢰인에게 넘겨 협상 폭이 커짐 | “아래 세 가지 중 편하신 번호로 답해 주세요” |
| “죄송해요, 제가 아직 초보라…” | 스스로 가격을 깎을 이유를 만들어 줌 | “진행 방식과 포함 범위는 견적에 적어 둔 그대로입니다” |
직접 해 보기: 가상 ‘솔향디퓨저’ 인스타 캡션 패키지
가상 작업자 ‘지호(가명)’는 수제 디퓨저를 파는 ‘솔향디퓨저(가명)’에 인스타그램 캡션 패키지 견적을 보냈습니다. 그러자 아래와 같은 답이 왔습니다. 위의 답장 B처럼 번호로 고를 수 있는 옵션 세 가지를 직접 써 보세요.
[연습용 — 지호의 견적] - 작업: 인스타그램 피드 캡션 12개 + 해시태그 묶음 3세트 - 일정: 자료 받은 다음 날부터 4일 안에 초안 - 수정: 1회 포함 - 견적: 18만 원 (설명용 예시 금액) [사장님 답장] 캡션 12개면 한 달 치인데, 15만 원에 안 될까요?
예시 답 보기
사장님, 예산을 알려 주셔서 감사합니다. 15만 원에 맞추신다면 아래 중에서 번호로 골라 주세요. ① 범위 조정 — 15만 원 캡션 9개(3주 분량) + 해시태그 묶음 3세트 ② 일정·수정 조정 — 15만 원 캡션 12개 + 해시태그 묶음 2세트 초안은 6일 안에, 수정은 문구 다듬기 1회 ③ 처음 견적 그대로 — 18만 원 캡션 12개 + 해시태그 묶음 3세트, 4일 안에 초안, 수정 1회 어느 쪽이든 캡션 톤은 미리 샘플 1개로 맞춰 보고 시작하겠습니다.
포인트는 세 가지입니다. 첫째, 금액이 내려가는 만큼 캡션 개수나 해시태그 세트, 일정 중 하나가 함께 조정됩니다. 둘째, 원래 견적인 ③을 빼지 않고 남겨 두어 처음 가격의 근거를 지킵니다. 셋째, “한 달 치”라는 사장님 말을 받아 ①을 “3주 분량”으로 적어 두면 무엇이 줄었는지 바로 이해됩니다.
오늘 해 볼 일
지금 답을 미뤄 둔 견적 대화가 있다면 하나만 열어 보세요. 그리고 보내려던 답장을 아래 세 가지 질문에 맞춰 다시 써 보면 됩니다.
- 금액을 내린다면, 그만큼 무엇을 줄일지 숫자로 적었나요? (개수, 일정, 수정 횟수)
- 원래 견적도 하나의 선택지로 남겨 두었나요?
- 의뢰인이 번호 하나로 답할 수 있게 정리했나요?
세 가지에 모두 “네”라고 답할 수 있다면, 그 답장은 보내도 괜찮습니다.